지금껏 두카티 역사상 데저트 X와 같은 존재는 없었다. 디자인, 목적, 구성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만큼 데저트 X는 독보적이다. 두카티란 브랜드 영역을 넘어 모터사이클 전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두카티라면 으레 날카롭고 날렵한 디자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데저트 X는 다르다. 매끈하고 우아하다. 데저트 X의 디자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뉴트로 스타일이다. LED DRL로 눈동자를 강조한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대표적인 예다.
더불어 모던함도 느껴진다. 21L 용량의 커다란 연료탱크를 넓게 감싼 하얀색 페어링이 데저트 X 디자인의 핵심이다. 여백의 미를 강조하면서도 공기역학적인 디테일을 더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지루하지 않다.
데저트 X의 신선한 디자인은 핸들바 주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넓게 펼쳐진 핸들바에 적용된 버튼은 다른 두카티의 것과 같다. 그러나 랠리용 모터사이클에서 모티브를 딴 세로형 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새롭다. 주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인터페이스도 간결하다.
좌측 핸들바의 ‘MODE ENTER’ 버튼을 누르면 6개의 주행 모드가 계기판에 나타난다. 데저트 X는 스포츠와 투어링, 어반, 웨트, 엔듀로, 그리고 랠리 모드가 있다. 각 모드마다 스로틀 반응, 트랙션 컨트롤 개입량, 엔진 브레이크 강도, ABS 단계 등이 달라지는데 그 차이가 분명하다. 계기판도 스탠다드 인포 모드와 랠리 인포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자는 엔진회전계와 속도가 중점적으로 표시된다면, 후자는 속도와 기어 단수, 주행 거리, 주행가능거리 등이 나란히 제공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데저트 X의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두카티에 엔듀로와 랠리 모드라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던 구성이다. 데저트 X는 새로운 전자장비 못지 않게 하드웨어 구성 또한 본격적인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앞뒤 각각 21인치와 18인치 휠 구성도 의미심장하다. 230mm와 220mm로 가동 범위가 매우 긴 앞뒤 서스펜션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이 같은 알찬 구성 덕분에 데저트 X는 산이나 흙길을 잘 달린다. 상황에 따라 엔진 출력과 전자장비의 개입량이 달라지는 엔듀로나 랠리 모드를 활용하면 데저트 X의 오프로드 성능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데저트 X의 매력은 매끈한 포장도로를 장시간 달릴 때도 빛을 발한다.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가동 범위가 긴 서스펜션을 들 수 있다. 도로의 어떤 장애물도 거침없이 넘을 수 있어 주행 스트레스가 낮다. 또한, 이만큼 가동 범위가 긴 서스펜션은 대부분 감쇠력이 무르기 마련인데, 데저트 X는 아니다. 서스펜션 반응이 탄탄해 급격한 가감속에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승차감에서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데저트 X는 지상고가 250mm이며, 시트고는 875mm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교적 무게중심이 높지만, 주행 안정성이 뛰어난 점도 인상적이다. 전면부 페어링의 공력 성능이 우수한 덕분인지 온·오프로드 겸용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고속에서 불안함이 없다. 1.6m가 넘는 긴 휠베이스도 뛰어난 주행 안정성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넉넉한 토크를 가진 엔진은 다양한 주행 모드와 결합해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6500rpm에서 최대토크(9.4kg.m)가 발생하지만, 이미 3000rpm에서부터 공차중량 223kg의 차체를 끌고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투어링 모드에서는 110마력의 최고출력 구간까지 부드럽게 도달한다. 스로틀을 과격하게 감아도 뒷바퀴로 힘이 매끄럽게 전달되고, 엔진 브레이크 강도도 약해 스로틀을 풀 때 차체도 거칠게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 데저트 X는 날카롭고 거칠게 바뀐다. 이 때는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재밌다. 프런트 휠이 21인치로 큰 탓에 핸들링은 다소 둔한 편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 다루기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제동력이다. 데저트 X의 앞쪽 브레이크는 고성능 스포츠 모델에 적용되는 브렘보 M50 캘리퍼와 320mm 디스크 2개로 구성된다. 스펙만으로도 고성능인데, 실제 제동력은 그 이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
물론, 완벽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600km 이상을 달리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생각보다 낮은 연비다. 21L에 달하는 커다란 연료탱크를 가졌지만, 1회 주유로 300km 정도밖에 달리지 못한다. 또 하나는 엔진 열기다. 낮 기온이 15도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양쪽 허벅지로 상당한 열기가 올라온다. 데저트 X에 순정 열선 시트가 없는 점이 의아했는데, 이 정도 엔진 열이면 굳이 열선 옵션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데저트 X는 이런 단점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매혹적인 디자인 덕분에 눈이 즐겁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주행 질감마저 만족스럽다. 많은 사람이 데저트 X를 오프로드 전용 머신으로 즐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거리 투어용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그만큼 데저트 X는 다재다능하다.
글·사진 김준혁